네가 그리우면

조회 수 67 추천 수 0 2018.09.05 13:20:48

xDKqW8K.jpg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5 처음부터 새로 소리새 2018-09-26 1912
134 사랑하는 이여 소리새 2018-09-25 799
133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소리새 2018-09-25 1148
132 서두르지 않는 소리새 2018-09-24 1020
131 내 쓸쓸한 날엔 소리새 2018-09-23 844
130 그대 앞에 서면 소리새 2018-09-23 280
129 그대 영혼의 반을 소리새 2018-09-23 169
128 어두운 물가 소리새 2018-09-22 265
127 얼굴 묻으면 소리새 2018-09-22 275
126 물처럼 투명한 소리새 2018-09-22 356
125 땀으로 땅으로 소리새 2018-09-21 165
124 눈부신 이 세상을 소리새 2018-09-21 164
123 가만히 서 있는 소리새 2018-09-21 272
122 이제 해가 지고 소리새 2018-09-21 536
121 귀뚜라미는 울어대고 소리새 2018-09-20 348
120 별 기대 없는 만남 소리새 2018-09-20 451
119 저무는 날에 소리새 2018-09-20 132
118 기억하시는가 소리새 2018-09-20 373
117 소리 듣고 소리새 2018-09-19 163
116 빛나는 별이게 소리새 2018-09-19 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