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리우면

조회 수 61 추천 수 0 2018.09.05 13:20:48

xDKqW8K.jpg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55 그대는 별인가요 소리새 2018-09-05 58
54 즐거운 무게 소리새 2018-09-04 58
53 바람으로 살아라 소리새 2018-09-03 58
52 꽃잎 지던 날 소리새 2018-09-03 58
51 꽃불 켜는 소리새 2018-09-19 57
50 나중지닌것도 소리새 2018-09-18 57
49 그대 이름 두글자 소리새 2018-09-17 57
48 그대가 두 손을 펴면 소리새 2018-09-15 57
47 문득문득 나를 소리새 2018-09-13 57
46 가만히 바라보면 소리새 2018-09-12 57
45 오늘은 이제 나도 소리새 2018-09-11 57
44 떠나가는 배 소리새 2018-09-10 57
43 내 무너지는 소리 듣고 소리새 2018-09-07 57
42 새도 날지 않았고 소리새 2018-09-06 57
41 추억에 못을 박는다 소리새 2018-09-05 57
40 훈훈한 사랑의 빛을 소리새 2018-09-04 57
39 그대는 아주 늦게 소리새 2018-09-03 57
38 시들기 직전의 소리새 2018-09-17 56
37 청솔 그늘에 앉아 소리새 2018-09-12 56
36 저 나무들처럼 또 소리새 2018-09-08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