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서 내리자 마자

조회 수 57 추천 수 0 2018.09.05 20: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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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해삼 한 도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을놈의 고독은 취하지도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은

그 빈 자리가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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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세월이라고만

강에 버리고 가자

자줏빛 미사복을 입은

잊고 살아왔던

그리움과 아쉬움

내 머리를 때려

안락함이 아니라

꽃상여를 보는 날

내 눈빛과 옷깃을

네잎클로버를 당신께

살아가면서 많은

지켜주는 여유를

저무는 날에

소리 듣고

눈부신 이 세상을

땀으로 땅으로

그대 영혼의 반을

어두운 물가

가만히 서 있는

얼굴 묻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