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해삼 한 도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을놈의 고독은 취하지도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그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은
푸른 달빛 아래
문득문득 나를
가만히 바라보면
지는 세월 아쉬워
나는 너무 작은 사람
꽃이 졌다
한가지 소원
청솔 그늘에 앉아
그대를 위하여
팬지꽃
편히 잠들지 못하는
오늘은 이제 나도
중요한 건요
떠나가는 배
이 세계의 불행
꽃그늘에 앉아 너를
눈멀었던 그 시간
내 마음인 줄은
안부가 그리운 날
까막 눈알 갈아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