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까지 차 오른 가을에게
떠도는 섦은 울음 네게 들키기 싫으니
가을, 어서 문턱 넘어 떠나가라고
더 이상
내 무너지는 소리 듣고 또 들으려 말라고
가을 속으로 중간의 외도 한번 없이
낙엽에게 그리운 눈짓 한번 안 보내고
손톱 밑까지 시린 날들을 견디다
핏대를 세우고서 항거한다
사람들의 말소리도 멀리하고
한 사람이 흘린 말도 모른다 모른다 하며
세차게 도리질치고 싶은 날들
도처엔 탄력 잃은 것들만 보인다
진원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우수가
촤르르 떨어지고
완강한 거부의 몸짓에도 불구하고
신경 줄로 우울이 흘러든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남에게 주기 전에
한 순간 가까웁다
그 모든 슬픔을
저 나무들처럼 또
내 쓸쓸한 날엔
행복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눈을 뜨고 생각해 봐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들고 있는 번뇌로
물방울로 맺힌 내 몸 다시
눈을 감으면 늘 당신의
당신의 웃음을 읽고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
여름내 태양의 정열을
그대를 잊었겠지요.
견딜수 없는 계절
내 무너지는 소리 듣고
새도 날지 않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