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로 물이 되어

조회 수 57 추천 수 0 2018.09.07 22:40:06

KP9Bid7.jpg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35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 소리새 2018-09-09 51
134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소리새 2018-09-04 52
133 하늘을 보니 소리새 2018-09-06 52
132 젖은 새울음소리가 소리새 2018-09-04 53
131 까막 눈알 갈아끼우 소리새 2018-09-09 53
130 안부가 그리운 날 소리새 2018-09-10 53
129 물방울로 맺힌 내 몸 다시 소리새 2018-09-07 54
128 비가 개인 후에 일에 소리새 2018-09-03 55
127 투명한 공기의 소리새 2018-09-04 55
126 한번 등 돌리면 소리새 2018-09-05 55
125 그 어떤 장면보다 소리새 2018-09-14 55
124 눈물보다 더 투명한 소리새 2018-09-04 56
123 그 사람 앞에는 소리새 2018-09-04 56
122 아름다운 추억 소리새 2018-09-06 56
121 그대 얼굴 바라보며 소리새 2018-09-06 56
120 저 나무들처럼 또 소리새 2018-09-08 56
119 편지 소리새 2018-09-03 57
118 그 나비 춤추며 소리새 2018-09-05 57
117 배에서 내리자 마자 소리새 2018-09-05 57
116 사랑의 우화 소리새 2018-09-06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