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이 꽃잎, 우표 대신 봉투에 부쳐 보내면
배달될 수 있을까.
그리운 이여,
봄이 저무는 꽃 그늘 아래서
오늘은 이제 나도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찢어진 편지지처럼
바람에 날리는 꽃잎,
꽃이 진다는 것은
기다림에 지친 나무가 마지막
연서를 띄운다는 것이다.
찬란한 봄날 그 뒤안길에서
홀로 서 있던 수국
그러나 시방 수국은 시나브로
지고 있다.
나무가
꽃을 틔운다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눈부신 이 세상을
소리 듣고
저무는 날에
지켜주는 여유를
살아가면서 많은
네잎클로버를 당신께
내 눈빛과 옷깃을
꽃상여를 보는 날
안락함이 아니라
내 머리를 때려
그리움과 아쉬움
잊고 살아왔던
자줏빛 미사복을 입은
강에 버리고 가자
그저 세월이라고만
물결위에 무수히
꽃잎 지던 날
그를 부를 때는
이 세계의 불행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