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지꽃
허공에 높이 떠 있습니다.
내려갈 길도, 빠져 나갈 길도
흔적없이 사라진 뒤
소문에 갇힌 섬입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한 주일 만에 나선 오후의 외출에서
꽃상자 속에 담긴 꽃들을 만났습니다
서양에서 들여온 키 작은 꽃들
가혹한 슬픔을 향하여
벌거벗은 울음빛으로
피어 있었습니다
말 못하는 벙어리
시늉으로 피어 있었습니다.
추억에 못을 박는다
새도 날지 않았고
떠나가는 배
오늘은 이제 나도
가만히 바라보면
문득문득 나를
그대가 두 손을 펴면
그대 이름 두글자
나중지닌것도
꽃불 켜는
바람으로 살아라
즐거운 무게
그대는 별인가요
정직해야 합니다
내 무너지는 소리 듣고
남에게 주기 전에
나는 너무 작은 사람
타는 목을 적시고
저는 당신을 생각할
여름내 태양의 정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