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지꽃
허공에 높이 떠 있습니다.
내려갈 길도, 빠져 나갈 길도
흔적없이 사라진 뒤
소문에 갇힌 섬입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한 주일 만에 나선 오후의 외출에서
꽃상자 속에 담긴 꽃들을 만났습니다
서양에서 들여온 키 작은 꽃들
가혹한 슬픔을 향하여
벌거벗은 울음빛으로
피어 있었습니다
말 못하는 벙어리
시늉으로 피어 있었습니다.
푸른 달빛 아래
문득문득 나를
가만히 바라보면
지는 세월 아쉬워
나는 너무 작은 사람
꽃이 졌다
한가지 소원
청솔 그늘에 앉아
그대를 위하여
편히 잠들지 못하는
오늘은 이제 나도
중요한 건요
떠나가는 배
이 세계의 불행
꽃그늘에 앉아 너를
눈멀었던 그 시간
내 마음인 줄은
안부가 그리운 날
까막 눈알 갈아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