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 그늘에 앉아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랏빛 노을은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빛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마구 눈물을 글썽이고 싶어
아아 밀물처럼
온몸을 스며 흐르는
피곤하고 피곤한 그리움이여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이 세계의 불행
떠나가는 배
중요한 건요
오늘은 이제 나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팬지꽃
그대를 위하여
한가지 소원
꽃이 졌다
나는 너무 작은 사람
지는 세월 아쉬워
가만히 바라보면
문득문득 나를
푸른 달빛 아래
눈이 멀었다
내가 여전히 나로
내가 너를 버린
그리움은 해마다
그 어떤 장면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