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서면
당신의 사랑이 내게 흥건히 내려
내 몸이 젖을 대로 젖어 있다가
다시 바라보면
당신은 쓸쓸히 돌아가는 빈 하늘입니다
당신이 내게 그늘을 지어주시어
그 안에 누워있다가
가만히 바라보면
당신은 밀려가는 한줄기 구름입니다
당신을 두 손으로 꼬옥 안고 있다가
내가 안고 있는 당신은
풀 꽃 한다발입니다
당신 앞에 서면 쓸쓸해집니다
당신이 나를 가득 채우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내 안에 가득한 때에도
역시 쓸쓸합니다
내 무너지는 소리 듣고
정직해야 합니다
그대는 별인가요
즐거운 무게
바람으로 살아라
꽃불 켜는
나중지닌것도
그대 이름 두글자
그대가 두 손을 펴면
문득문득 나를
오늘은 이제 나도
떠나가는 배
새도 날지 않았고
추억에 못을 박는다
훈훈한 사랑의 빛을
그대는 아주 늦게
시들기 직전의
내가 여전히 나로
청솔 그늘에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