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전히 나로
그리고
뒤돌아 설 수 있는 뒷모습을
아직 준비하지 못한 까닭이다.
내가 널 잊어버릴 수 있는 계절을
아직 만나지 못한 까닭이요,
가을 하늘에 날리는 낙엽처럼
내겐 참 많은 어둠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요,
그대 사랑하고부터
가진게 없는 나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며 보냈던 많은 날.
끝없는 기다림을 가지고도
견뎌야만 하는 것은
서글픈 그리움을 가지고도
살아야만 하는 것은
소망 때문이요
소망을 위해서이다.
처음부터 새로
사랑하는 이여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서두르지 않는
내 쓸쓸한 날엔
그대 앞에 서면
그대 영혼의 반을
어두운 물가
얼굴 묻으면
물처럼 투명한
땀으로 땅으로
눈부신 이 세상을
가만히 서 있는
이제 해가 지고
귀뚜라미는 울어대고
별 기대 없는 만남
저무는 날에
기억하시는가
소리 듣고
빛나는 별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