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전히 나로
그리고
뒤돌아 설 수 있는 뒷모습을
아직 준비하지 못한 까닭이다.
내가 널 잊어버릴 수 있는 계절을
아직 만나지 못한 까닭이요,
가을 하늘에 날리는 낙엽처럼
내겐 참 많은 어둠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요,
그대 사랑하고부터
가진게 없는 나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며 보냈던 많은 날.
끝없는 기다림을 가지고도
견뎌야만 하는 것은
서글픈 그리움을 가지고도
살아야만 하는 것은
소망 때문이요
소망을 위해서이다.
소리 듣고
눈부신 이 세상을
저무는 날에
지켜주는 여유를
살아가면서 많은
네잎클로버를 당신께
내 눈빛과 옷깃을
꽃상여를 보는 날
내 머리를 때려
안락함이 아니라
그리움과 아쉬움
잊고 살아왔던
자줏빛 미사복을 입은
강에 버리고 가자
물결위에 무수히
그저 세월이라고만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
내 안에 그대 살듯이
항상 당신이 어디에
이 세계의 불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