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비내리고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리하여
마지막 한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힘드실가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후끈하게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내가 너를 버린
중요한 건요
오늘 하루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사랑이란 생각조차
가만히 바라보면
그대를 위하여
팬지꽃
눈멀었던 그 시간
여름내 태양의 정열을
한 송이 꽃
내가 여전히 나로
눈이 멀었다
편히 잠들지 못하는
떠나가는 배
내 마음인 줄은
그 모든 슬픔을
내 쓸쓸한 날엔
당신의 웃음을 읽고
그대를 잊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