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우리들의 입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풀잎은
우리가 ´풀잎´ 하고 그를 부를 때는
그저 세월이라고만
강에 버리고 가자
자줏빛 미사복을 입은
잊고 살아왔던
그리움과 아쉬움
내 머리를 때려
안락함이 아니라
꽃상여를 보는 날
내 눈빛과 옷깃을
네잎클로버를 당신께
살아가면서 많은
지켜주는 여유를
저무는 날에
소리 듣고
눈부신 이 세상을
땀으로 땅으로
그대 영혼의 반을
어두운 물가
가만히 서 있는
얼굴 묻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