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우리들의 입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풀잎은
우리가 ´풀잎´ 하고 그를 부를 때는
모두 다 별만을
오지 않는 사람
새로 올 날들의
그대가 두 손을 펴면
내가 느끼지 못한 것
우리 이런날
시들기 직전의
그대 이름 두글자
그를 부를 때는
한 송이 꽃
타는 목을 적시고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중지닌것도
꽃불 켜는
마음속의
빛나는 별이게
소리 듣고
기억하시는가
저무는 날에
별 기대 없는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