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우리들의 입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풀잎은
우리가 ´풀잎´ 하고 그를 부를 때는
처음부터 새로
사랑하는 이여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서두르지 않는
내 쓸쓸한 날엔
그대 앞에 서면
그대 영혼의 반을
어두운 물가
얼굴 묻으면
물처럼 투명한
땀으로 땅으로
눈부신 이 세상을
가만히 서 있는
이제 해가 지고
귀뚜라미는 울어대고
별 기대 없는 만남
저무는 날에
기억하시는가
소리 듣고
빛나는 별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