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돌아간 해 늦가을
흙은 지쳐서 쓰러졌었다.
한 송이 꽃, 한 포기 풀.
곡식 낮알 하나라도
품 속에서 태어난 건
다 아끼고 싶었다.
모양이야 일그러져도
허물을 묻어주고 싶었다.
기름기가 다 마를지라도
더 넉넉하게
젖꼭지를 물려주고 싶었다.
지친 채 누웠어도
가물에 못 견뎌
쭉정이로 돌아온 풀씨가
가슴 아팠다.
기다림 속으로
즐거운 무게
그리움은 해마다
꽃이 졌다
청솔 그늘에 앉아
추억에 못을 박는다
훈훈한 사랑의 빛을
그대는 아주 늦게
새로 올 날들의
모두 다 별만을
꽃그늘에 앉아 너를
눈을 뜨고 생각해 봐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견딜수 없는 계절
아름다운 나무의 꽃
사랑의 우화
배에서 내리자 마자
그 나비 춤추며
편지
저 나무들처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