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돌아간 해 늦가을
흙은 지쳐서 쓰러졌었다.
한 송이 꽃, 한 포기 풀.
곡식 낮알 하나라도
품 속에서 태어난 건
다 아끼고 싶었다.
모양이야 일그러져도
허물을 묻어주고 싶었다.
기름기가 다 마를지라도
더 넉넉하게
젖꼭지를 물려주고 싶었다.
지친 채 누웠어도
가물에 못 견뎌
쭉정이로 돌아온 풀씨가
가슴 아팠다.
이 세계의 불행
한 순간 가까웁다
꽃나무 하나
한가지 소원
우리 이런날
내가 느끼지 못한 것
오늘 하루
사랑이란 생각조차
내 손에 들려진 신비의
마음속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요한 건요
그 모든 슬픔을
들고 있는 번뇌로
네가 그리우면
꽃잎 지던 날
단풍보다 진한 빛깔로
평범하지만 우둔하진
한 송이 꽃
그를 부를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