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돌아간 해 늦가을
흙은 지쳐서 쓰러졌었다.
한 송이 꽃, 한 포기 풀.
곡식 낮알 하나라도
품 속에서 태어난 건
다 아끼고 싶었다.
모양이야 일그러져도
허물을 묻어주고 싶었다.
기름기가 다 마를지라도
더 넉넉하게
젖꼭지를 물려주고 싶었다.
지친 채 누웠어도
가물에 못 견뎌
쭉정이로 돌아온 풀씨가
가슴 아팠다.
평범하지만 우둔하진
단풍보다 진한 빛깔로
현실 속에 생활 속에
편지
사랑이란 생각조차
내 안에 그대 살듯이
그대는 아주 늦게
비가 개인 후에 일에
꽃잎 지던 날
바람으로 살아라
훈훈한 사랑의 빛을
눈물보다 더 투명한
그 사람 앞에는
저는 당신을 생각할
즐거운 무게
투명한 공기의
젖은 새울음소리가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추억에 못을 박는다
기다림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