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돌아간 해 늦가을
흙은 지쳐서 쓰러졌었다.
한 송이 꽃, 한 포기 풀.
곡식 낮알 하나라도
품 속에서 태어난 건
다 아끼고 싶었다.
모양이야 일그러져도
허물을 묻어주고 싶었다.
기름기가 다 마를지라도
더 넉넉하게
젖꼭지를 물려주고 싶었다.
지친 채 누웠어도
가물에 못 견뎌
쭉정이로 돌아온 풀씨가
가슴 아팠다.
지는 세월 아쉬워
눈이 멀었다
내가 너를 버린
다시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다
그대를 잊었겠지요.
행복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눈멀었던 그 시간
그를 부를 때는
한 송이 꽃
마음속의
천상에서나 볼까말까할
평범하지만 우둔하진
현실 속에 생활 속에
꽃잎 지던 날
네가 그리우면
당신의 웃음을 읽고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중요한 건요
편히 잠들지 못하는
팬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