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불 켜는

조회 수 66 추천 수 0 2018.09.19 01:23:04

EzNXVcI.jpg

 

늦은 가을 숲에서

 

그러므로 그러므로 사는 일이란

목숨길 뜨겁게 데워

어디론가 귀순하는 일이었다고

가슴에 첩첩이 꽃불 켜는 일이었다고.

 

내 젊은 날의 오기들아

아직도 햇푸르기만 한

내 생의 갈참나무 이파리들아

 

가슴근처의 시퍼런 기다림에 걸려

나는 아직 꿈을 놓지 못하고 쓸쓸하여라

 

떡갈나무며, 은행나무며

키작은 배롱나무의 잎잎까지

세상은 사방에서 날라드는 편지들로

저리 부산하다는데

 

밤새도록 여린 생각들을 덜어내었는데도

무심한 풍경들은 왜 그리 가슴을 찔러대는지

실없는 갈바람은 왜 그리 혼을 빼놓는건지

 

쓸쓸하여라

무작정 치달려온 숲그늘에서

가을 가을 가을 잎새들이 종알거리네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5 처음부터 새로 소리새 2018-09-26 1912
134 사랑하는 이여 소리새 2018-09-25 799
133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소리새 2018-09-25 1148
132 서두르지 않는 소리새 2018-09-24 1020
131 내 쓸쓸한 날엔 소리새 2018-09-23 844
130 그대 앞에 서면 소리새 2018-09-23 280
129 그대 영혼의 반을 소리새 2018-09-23 170
128 어두운 물가 소리새 2018-09-22 265
127 얼굴 묻으면 소리새 2018-09-22 275
126 물처럼 투명한 소리새 2018-09-22 356
125 땀으로 땅으로 소리새 2018-09-21 165
124 눈부신 이 세상을 소리새 2018-09-21 164
123 가만히 서 있는 소리새 2018-09-21 272
122 이제 해가 지고 소리새 2018-09-21 536
121 귀뚜라미는 울어대고 소리새 2018-09-20 348
120 별 기대 없는 만남 소리새 2018-09-20 451
119 저무는 날에 소리새 2018-09-20 132
118 기억하시는가 소리새 2018-09-20 373
117 소리 듣고 소리새 2018-09-19 163
116 빛나는 별이게 소리새 2018-09-19 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