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불 켜는

조회 수 57 추천 수 0 2018.09.19 01:23:04

EzNXVcI.jpg

 

늦은 가을 숲에서

 

그러므로 그러므로 사는 일이란

목숨길 뜨겁게 데워

어디론가 귀순하는 일이었다고

가슴에 첩첩이 꽃불 켜는 일이었다고.

 

내 젊은 날의 오기들아

아직도 햇푸르기만 한

내 생의 갈참나무 이파리들아

 

가슴근처의 시퍼런 기다림에 걸려

나는 아직 꿈을 놓지 못하고 쓸쓸하여라

 

떡갈나무며, 은행나무며

키작은 배롱나무의 잎잎까지

세상은 사방에서 날라드는 편지들로

저리 부산하다는데

 

밤새도록 여린 생각들을 덜어내었는데도

무심한 풍경들은 왜 그리 가슴을 찔러대는지

실없는 갈바람은 왜 그리 혼을 빼놓는건지

 

쓸쓸하여라

무작정 치달려온 숲그늘에서

가을 가을 가을 잎새들이 종알거리네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35 모두 다 별만을 소리새 2018-09-14 53
34 오지 않는 사람 소리새 2018-09-14 64
33 새로 올 날들의 소리새 2018-09-15 54
32 그대가 두 손을 펴면 소리새 2018-09-15 57
31 내가 느끼지 못한 것 소리새 2018-09-16 61
30 우리 이런날 소리새 2018-09-17 62
29 시들기 직전의 소리새 2018-09-17 56
28 그대 이름 두글자 소리새 2018-09-17 57
27 그를 부를 때는 소리새 2018-09-17 60
26 한 송이 꽃 소리새 2018-09-18 60
25 타는 목을 적시고 소리새 2018-09-18 58
24 너를 기다리는 동안 소리새 2018-09-18 61
23 나중지닌것도 소리새 2018-09-18 57
» 꽃불 켜는 소리새 2018-09-19 57
21 마음속의 소리새 2018-09-19 60
20 빛나는 별이게 소리새 2018-09-19 429
19 소리 듣고 소리새 2018-09-19 153
18 기억하시는가 소리새 2018-09-20 359
17 저무는 날에 소리새 2018-09-20 124
16 별 기대 없는 만남 소리새 2018-09-20 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