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내 마음인 줄은
나는 너무 작은 사람
지는 세월 아쉬워
문득문득 나를
다시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다
내 무너지는 소리 듣고
행복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내 쓸쓸한 날엔
남에게 주기 전에
떠나가는 배
시들기 직전의
천상에서나 볼까말까할
현실 속에 생활 속에
그대는 별인가요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새도 날지 않았고
그대를 잊었겠지요.
당신의 웃음을 읽고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눈멀었던 그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