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모두 다 별만을
오지 않는 사람
새로 올 날들의
그대가 두 손을 펴면
내가 느끼지 못한 것
우리 이런날
시들기 직전의
그대 이름 두글자
그를 부를 때는
한 송이 꽃
타는 목을 적시고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중지닌것도
꽃불 켜는
마음속의
빛나는 별이게
소리 듣고
기억하시는가
저무는 날에
별 기대 없는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