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거든, 사랑하는 이여
저는 당신을 생각할 거예요.
아니 어쩌면 잊을지도 몰라요.
온갖 것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어둠 속에서 누워 꿈꾸면서
나이팅게일의 구슬픈 노래도
저는 듣지 못할 거예요.
저는 나무 그늘을 보지 못할 거예요.
비 내리는 것도 모를 거예요.
또한 당신이 원한다면 나를 생각해 주세요.
아니 잊으시려거든 잊어 주세요.
비 맞고 이슬 흠뻑 젖는
푸른 풀만이 자라게 해 주세요.
머리맡에 장미꽃 심지 말고
그늘 짓는 사이프러스도 심지 마세요.
나를 위해 슬픈 노래 부르지 마세요.
처음부터 새로
사랑하는 이여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서두르지 않는
내 쓸쓸한 날엔
그대 앞에 서면
그대 영혼의 반을
어두운 물가
얼굴 묻으면
물처럼 투명한
땀으로 땅으로
눈부신 이 세상을
가만히 서 있는
이제 해가 지고
귀뚜라미는 울어대고
별 기대 없는 만남
저무는 날에
기억하시는가
소리 듣고
빛나는 별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