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조회 수 56 추천 수 0 2018.09.06 01:12:18

Q1BPNCx.jpg

 

여행자를 위한 서시

 

길은 또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 가야 하리.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5 오늘 하루 소리새 2018-09-06 63
54 하늘을 보니 소리새 2018-09-06 52
53 그대 얼굴 바라보며 소리새 2018-09-06 55
52 아름다운 나무의 꽃 소리새 2018-09-06 55
51 사랑의 우화 소리새 2018-09-06 56
50 아름다운 추억 소리새 2018-09-06 56
»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소리새 2018-09-06 56
48 그래서 나는 소리새 2018-09-05 55
47 배에서 내리자 마자 소리새 2018-09-05 56
46 한번 등 돌리면 소리새 2018-09-05 54
45 정직해야 합니다 소리새 2018-09-05 58
44 그대는 별인가요 소리새 2018-09-05 58
43 그 나비 춤추며 소리새 2018-09-05 56
42 네가 그리우면 소리새 2018-09-05 61
41 다시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다 소리새 2018-09-05 60
40 기다림 속으로 소리새 2018-09-05 55
39 추억에 못을 박는다 소리새 2018-09-05 57
38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소리새 2018-09-04 51
37 젖은 새울음소리가 소리새 2018-09-04 53
36 투명한 공기의 소리새 2018-09-04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