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덥썩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러운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땀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귀뚜라미는 울어대고
이제 해가 지고
가만히 서 있는
눈부신 이 세상을
땀으로 땅으로
물처럼 투명한
얼굴 묻으면
어두운 물가
그대 영혼의 반을
그대 앞에 서면
내 쓸쓸한 날엔
서두르지 않는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사랑하는 이여
처음부터 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