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길 산책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빗방울길
돌아보니
눈길처럼 발자국이 따라오고 있었다.
빗물을 양껏 저장한 나무들이
기둥마다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비 그친 뒤
더 푸르러지고 무성해진 잎사귀들 속에서
젖은 새울음소리가
새로 돋아나고 있었다.
그래도 발바닥 밑에서는
빗방울 무늬들 부서지는 소리가
나직하게 새어나왔다.
비온 뒤
빗방울 무늬가 무수히 찍혀 있는 산길을
느릿느릿 올라갔다.
물빗자루가 하나절 깨끗이 쓸어 놓은 길
발자국으로 흐트러질세라
조심조심 디뎌 걸었다.
내 마음인 줄은
물방울로 맺힌 내 몸 다시
한번 등 돌리면
투명한 공기의
비가 개인 후에 일에
모두 다 별만을
그 어떤 장면보다
꽃그늘에 앉아 너를
까막 눈알 갈아끼우
그 사람 앞에는
안부가 그리운 날
하늘을 보니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