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빗방울길 산책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빗방울길
돌아보니
눈길처럼 발자국이 따라오고 있었다.
빗물을 양껏 저장한 나무들이
기둥마다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비 그친 뒤
더 푸르러지고 무성해진 잎사귀들 속에서
젖은 새울음소리가
새로 돋아나고 있었다.
그래도 발바닥 밑에서는
빗방울 무늬들 부서지는 소리가
나직하게 새어나왔다.
비온 뒤
빗방울 무늬가 무수히 찍혀 있는 산길을
느릿느릿 올라갔다.
물빗자루가 하나절 깨끗이 쓸어 놓은 길
발자국으로 흐트러질세라
조심조심 디뎌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