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등 돌리면

조회 수 54 추천 수 0 2018.09.05 19:39:35

K3LTwZQ.jpg

 

한번 등 돌리면

 

지금까지 손가락 숫자도 못 되는 여자들을 사랑했으나

아무도 오늘 내 전화번호부에 남아 있지 않다

또한 내 손가락 숫자 조금 넘는 사람들을 존경했으나

마음을 다해 고개 숙일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그들과 사이에 고운 말과 웃음은 허비 되었다

이빨 숫자 정도 되는 사람들과 깊이 사귀었으나

돌아보면 벌레 먹지 않거나 덧씌우지 않은 관계는 남아있지

않다

현재 생존하는 사람 가운데 그리운 사람은 없다

 

어두워지면 누구나 혼자로 돌아가듯

언젠가 우리의 어깨동무도 풀어야 하고

 

오늘의 다정한 말과 손길은 끝이 있다네

그러므로 참과 거짓을 가리는 일은 쓸모가 없지

우리는 얼마나 얇은 얼음 위에서 봄을 맞고 있는 것이냐

 

등 돌린 후 다시 돌아보지 마라

등을 보이고 걷다가 다시 뛰어오는 일은

삶의 모독, 삶은 장난이 아니며

영화가 아니니까

 

등 돌리기 전에 가능한 한 신중하라

그러나 지나치게 시간을 끌지는 마라

적어도 시간을 끄는 인상을 적들에게 주지마라

어차피 후회의 여지 없는 완전한 선택은 없으니까

잊지 말 것은, 후회 때문에 엎어지지 않겠다는

 

필생의 각오

자신과 나눈는 피 흐르는 약속

가능한 한 냉정하고 신속하게 결정하고

필요하면 즉각 등을 돌려라, 영원히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5 오늘 하루 소리새 2018-09-06 63
54 하늘을 보니 소리새 2018-09-06 52
53 그대 얼굴 바라보며 소리새 2018-09-06 55
52 아름다운 나무의 꽃 소리새 2018-09-06 55
51 사랑의 우화 소리새 2018-09-06 56
50 아름다운 추억 소리새 2018-09-06 56
49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소리새 2018-09-06 56
48 그래서 나는 소리새 2018-09-05 55
47 배에서 내리자 마자 소리새 2018-09-05 56
» 한번 등 돌리면 소리새 2018-09-05 54
45 정직해야 합니다 소리새 2018-09-05 58
44 그대는 별인가요 소리새 2018-09-05 58
43 그 나비 춤추며 소리새 2018-09-05 56
42 네가 그리우면 소리새 2018-09-05 61
41 다시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다 소리새 2018-09-05 60
40 기다림 속으로 소리새 2018-09-05 55
39 추억에 못을 박는다 소리새 2018-09-05 57
38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소리새 2018-09-04 51
37 젖은 새울음소리가 소리새 2018-09-04 53
36 투명한 공기의 소리새 2018-09-04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