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서면
당신의 사랑이 내게 흥건히 내려
내 몸이 젖을 대로 젖어 있다가
다시 바라보면
당신은 쓸쓸히 돌아가는 빈 하늘입니다
당신이 내게 그늘을 지어주시어
그 안에 누워있다가
가만히 바라보면
당신은 밀려가는 한줄기 구름입니다
당신을 두 손으로 꼬옥 안고 있다가
내가 안고 있는 당신은
풀 꽃 한다발입니다
당신 앞에 서면 쓸쓸해집니다
당신이 나를 가득 채우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내 안에 가득한 때에도
역시 쓸쓸합니다
푸른 달빛 아래
문득문득 나를
지는 세월 아쉬워
나는 너무 작은 사람
꽃이 졌다
한가지 소원
청솔 그늘에 앉아
그대를 위하여
팬지꽃
편히 잠들지 못하는
오늘은 이제 나도
중요한 건요
떠나가는 배
이 세계의 불행
꽃그늘에 앉아 너를
눈멀었던 그 시간
내 마음인 줄은
안부가 그리운 날
까막 눈알 갈아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