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발길 돌려 달려올 그대를
애타게 그려보네
그렇게 훌쩍 오시게
그대 뒷모습이
지금도 가슴을 할퀴네
기억하시는가
빛 바랜 은행잎이
힘없이 구르던 그 횡단보도
붉나무 잎새보다 더 붉던
그대 가슴을
들려주시게
바람에 드러눕던 갈대마냥
풋풋했던 목소리
보여주시게
오늘도
그대가 놓고 간 가을과
함께 있네
이 가을 깊은 서정에
가슴 베이지 않을 지혜를
일러주시게
하늘은 높아도 비어있고
바람은 냉기에 떨고 있네
가을이 깊어가네
이 계절을 어찌 지내시는가
처음부터 새로
사랑하는 이여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서두르지 않는
내 쓸쓸한 날엔
그대 앞에 서면
그대 영혼의 반을
어두운 물가
얼굴 묻으면
물처럼 투명한
땀으로 땅으로
눈부신 이 세상을
가만히 서 있는
이제 해가 지고
귀뚜라미는 울어대고
별 기대 없는 만남
저무는 날에
소리 듣고
빛나는 별이게